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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아무말 (anyhorse )

[창작 소설] <멸종위기 종 '인류', 떳떳이 자연과 마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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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필자가 제5회 국립생태원 생태문학 공모전에 참가를 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필자에게 처음으로 '창작소설'이라는 것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정말로 좋은 경험을 했다 생각하기에 뿌듯하게 수상하지 못한 필자의 창작소설을 올려볼까 한다.

 

창작 소설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오래 걸렸던 것 같지는 않다. 솔직하게 글을 쓰는 데는 2시간 정도 소요가 됐으며 다음날 수정을 살짝 하고 바로 공모전에 참가를 했다. 그렇다고 절대 성의 없이 한 것은 아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가볍고 무거운 비유들과 설명들 속에 필자의 생각을 녹여 넣었다. 잘 표현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런 경험들을 하나씩 필자의 블로그에 남겨 볼까 한다.

 

   


<멸종위기 종 '인류', 떳떳이 자연과 마주하는 방법.>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다. 눈을 뜨지 않고도 작고 포근한 친칠라가 안아주는 듯 한 아주 포근한 오후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능력.

 

.. 뭐야

 

눈을 떠보니 새벽처럼 흐릿하다.

 

아 어제 너무 많이 마셨나..”

 

눈을 비비고 몸을 일으키는데 머리가 다가오는 가을 나무에 부딪힌 마냥 꽤나 아프다.

 

아오. 여긴 또 어디야? 집은 아닌데, 아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짜증 나게..”..”

 

주변에 보이는 건 희미한 불빛과 시골에서나 맡을 수 있는 촌스럽지 않은 흙냄새뿐이다. 일단 빛을 따라 가보는데 꽤나 멀다.

빛을 나와 보이는 건 푸른 산들이 둘러싸고 새들은 우렁차게 날아다니는 그저 날이 좋은 날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보이는 장관. 딱 그런 풍경이었다..

 

아씨 어쩌다 산까지 기어 들어와서 잔 거야.... 기억이 나질 않네. 진짜, 그나저나 머리는 왜 이렇게 아프지.. ”

 

막상 정신을 차려보니 보이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흐릿해진 눈 안의 새벽이 거치니 산으로 보였던 것은 산이 아니라 아파트와 빌딩들이 풀과 나무에 뒤덮여 희미하게 그 정체를 가늠할까 말까였으며 새들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던 이유는 덩치가 사람보다 큰, 처음 보는 새들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잠깐 경치를 감상했다. 정신을 차리고 기억이 나는 데로 입을 벌려본다.

 

“43.. 창원.. 엄마, 아빠.. 친구들.. 어제 상남동에서 1차로 맥주, 2차로 칵테일... 그러고.. 곧 내가 맡은 환경보존과 종 보존을 주제로 하는 강연을 준비한다고 막 얘기를 했던 거까지 기억나는데.. 뭐가 문제지?”

 

다시 생각에서 나와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잊혀 가던 무언가를 다시 찾아 반가운 느낌마저 드는 아름다운 감정이었고 평화라는 감정도 느껴졌다.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둘러보니 풀들도 처음 보는 풀들도 많았고 여기저기서 동물들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 또한 동물에 관심도 많고 공부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듣는 소리들 뿐이었다.. 일단 걸어보자. 걸어보니 푸른 지옥에 온 거 같았다. 사방에는 푸른 나무들과 풀들뿐이고 어디선가 토끼나 쥐를 관찰하듯 매서운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빨리 걷자. 아니 뛰자.

일단 뛰어 산이라 해도 무색이 없는 건물로 뛰어본다. 역시 내가 초등학교 5학년까지 태권도를 한 보람이 있었다. 뒤에서는 리트리버만한 고양잇과 동물이 나를 향해 뛰어 왔다. 마릿수는 대강 6마리 정도이다. 머리수가 부족해서 뛴 것이다. 정말. 뛰면서 얼핏 본모습으로 무슨 종인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털로 뒤덮여 있었고 줄무늬도 보였다. 근데 상아가 있었다.

 

이거 느낌이 이상한데 왜 상아가 있지? 내가 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한 것인가!”

 

기쁨도 잠시 역시나 건물 인척 있던 산은 당연한 듯 입구가 없었고 본능적으로 내가 누군가의 하루 식사가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살아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당연히 풀이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알코올 손소독제 분사기와 마스크, 지갑, 라이터, 다 쓴 인공눈물이 있다. 습관적으로 마스크를 끼고 43년 묵은 뇌를 굴려 왼손에는 라이터, 오른손에는 알코올 분사기를 들었다. 그러고 영화처럼 나를 반원으로 둘러싼 처음 보는 상아 달린 작은 호랑이 같은 친구들과 마주 했다.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아름다웠고 눈빛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상아는 정말 완벽했다. 코끼리보다는 5배는 정도 작고 날카로웠다. 상아가 없는 놈도 있었다. 암컷인가. 한 놈이 천천히 걸어온다. 왼손으로 라이터를 켜고 오른손으로 분사기를 눌렀다. 불이 나왔다. 6마리인 줄 알았던 5마리 놈들이 경악을 하며 다 같이 살기 위해 달아났다. 그 눈빛은 어디서 많이 보았던 눈빛이다.

 

트라 우마..?”

 

과거에 공룡들이 시뻘겋게 멸종을 당했듯이 불에 대해 좋은 기억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굉장히 멋있는 친구들이 도망치듯 떠나갔다. 다시 천천히 둘러본다. 내 키 보다 높은 나무에 반짝거리는 새 둥지가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쓰레기의 별, 비닐이다. 글씨도 얼핏 보인다. 내 몸에 태권도 기억을 한 번 더 되살려 비닐을 가져오기 위해 둥지로 올라갔다. 둥지 안에는 손바닥만 한 알이 8개 깨져 있었다. 색은 보라색이며 이미 둥지를 떠난 듯하다. 비늘을 꺼내어서 적힌 글씨를 읽어보았다.

 

‘2520년 9월 14일.., 멸종 위기 종 인류.., 이제 살 수 없다!..’

 

뭐야 진짜 인류가 멸종한 거야? 이거.. 내가 준비한 강연 그대로잖아. 정확히 500년 뒤 인류는 멸종하고 또 다른 생명체들이 최고 포식자 자리에 앉고 인간이 없는 자연은 평화와 정화 그 자체, 그때 환경오염과 종 보존을 하지 않으면 결국은 인류는 멸종하는 건데, 결국 끝까지 이기적으로 살았나 보군. 그럼 지금 최소 2700년이겠구먼.”

 

준비한 강연이 실제로 일어났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 같았다. 이런 건 로맨스를 바랐지만 현실은 멸종인 것이다. 인류는 멸종해 흔적이라고는 건물 인척 하는 산이고 아직 분해가 되지 않은 비닐들 뿐이었다.. 자연은 아직도 열심히 비닐 분해 공장을 돌리는 중인가 보다. 진적에 분리수거하고 환경을 잘 관리했으면 인류는 더 오래 있고 자연도 덜 고생했을 것인데 씁쓸하다. 자연과 인간 서로 잘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자연은 결국 인류를 선택하지 않았나 보다.

해가 슬슬 지구 반대편으로 출장을 간다. 기온도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걷다 보니 마침 동굴이 눈에 보인다. 마른 잎을 모아 들어가 동굴 안에서 라이터로 불을 지폈다. 밤이 되니 별이 마치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의 노력을 보는 것 같이 꽤나 빛나 잘 보인다. 페가수스자리가 저렇게 빛나는 것을 그 누구에게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돌고래가 정형 행동으로 벽에 박듯이 나에게 전속력으로 다가와 박은 듯 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다. 눈을 뜰 수 가없다. 정신을 잃었다.

눈을 다시 떠보니 이번에는 하얗다. 처음 들리는 동물들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익숙한 목소리와 단어들이 들린다.

야야 얘 드디어 눈떴다. , 잠 다 잤냐?”

너 진짜 술 못 먹는다.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야””

너랑 술을 못 먹겠다. 술만 먹으면 맨날 종 보존에 환경 보존에 막 떠들다 쓰러져

하나 같이 마스크를 썼지만 비웃는 입 꼬리가 눈에 훤하듯 말한다. 내가 14시간을 자다 일어났단다.

 

역시 꿈이구나.. ..”

 

야 뭔 꿈 꿨냐?? 좋은 건 얘기 좀 해봐 같이 좀 좋게

친구가 43살이나 먹었으면서 철없이 말한다.

 

아주 좋은 걸 봤지, 우리 환경보존이랑 종 보존 안 하면 멸종해.”

 

!! 또 시작이야, 술 안 깼냐? 그냥 더 자 좀!”

3명이서 화음으로 말을 하니 생각보다 듣기 불편했다.

 

그래도 좋은 건 있더라, 겁나 예쁜 페가수스랑 굉장히 멋진 작은 상아 호랑이를 볼 수 가있지. 우리가 다 같이 볼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쉽더라.”

 

뭐라는 거야. ,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옷을 챙기고 당연한 발걸음으로 국밥집으로 향한다.

나는 오늘 꿈을 꿨다고 생각 안 한다.. 자연은 나에게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그때 담배도 안 피우던 나의 주머니 속에 라이터를 넣어준 것이 그 증거다.

내일 모래 있을 강연에 넣을 재미난 이야기들이 생겨서 흥분이 되었다.

다 같이 그 작은 상아 호랑이를 보고 보라색 알과 희한한 식물들의 정체를 밝혀내기를, 2700년에도 우리 인류는 떳떳이 자연과 마주하기를.

주머니에 있던 다 쓴 인공눈물을 분리수거 통에 나부터 넣어본다.

 

 

 

 

 

 

 

글쓴이_트리켈라톱스 사육사.

 


재미있게 읽어 준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남기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공모전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참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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